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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7-06-09 오전 10:41:47  조회수 : 489
  2407 . "소년 범죄는 인재(人災)…괴물 같은 아이 양성하는 사회 바꿔야"
  등록자 : 중앙일보        파일 :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평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은 인파로 북적였다. 지난해 6월 말 초여름이었다. 인파 사이로 왜소한 체구의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최OO 맞지.”
 
내 부름에 최군이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이 두려움으로 커지는 순간, 나와 동료 형사들은 범인인음 직감했다.    
 
“광주시 △△동 강도 살인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17세의 고교생 최군은 전남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주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도주 중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검거 당시 최군이 들고 있던 배낭 속엔 범행에 쓰인 과도와 노트가 들어 있었다. 노트 속에는 평소 갈망하던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들의 ‘스펙’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작은 체구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 했던 최군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냈다. 가상 공간 속의 캐릭터들은 강했다. 현실의 그와 달리 공을 들일수록 더 강해졌다. 캐릭터들이 있는 일본으로 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범행 전날 그는 “학교에 간다”며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수중에 있는 현금을 털어 전남 영암 버스 터미널에서 두 시간여 떨어진 광주로 갔다. 범행 직전까지 PC방에서 4시간 동안 게임을 했다. 이후 거리를 헤매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친 한 여중생의 뒤를 몰래 밟았다. 돈이 필요했다.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여자 아이가 사는 아파트 창 밖으로 밝은 불빛이 흘러 나왔다. 다정한 부모님, 풍족해 보이는 집, 최군에게 없는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그날 밤 아파트 옥상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여중생과 그의 아버지가 집을 나서기를 기다렸다가 중년 여성이 혼자 남게 되자 초인종을 눌렀다.
 
“택배 왔습니다.”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준 주부를 최군은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 준비해 온 흉기를 이용했다. 피해자를 화장실로 끌고가 시신을 훼손하려다가 실패하자 집을 뒤져 지폐 몇 장을 찾아냈다. 2만 5000원이었다. 최군은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 귀가 시간을 확인해보려고도 했다. 그는 현금과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들고 곧바로 부산으로 향했다.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조사 과정에서 최군이 홀어머니 아래 컸으며 2013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5차례 받았던 전력이 밝혀졌다. 아버지는 얼굴도 몰랐다. 교회에 자꾸만 나가자고 하는 모친에 대한 적개심만 커졌다. 그가 체포되자 달려온 어머니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재판에서도 최군은 딱히 죄의식을 보이지 않았다. 정신 감정을 하기 위해 공주치료감호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에게 “범행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죽어야 한다”고 털어놓을 뿐이었다.
 
광주지법은 사건의 잔혹성 등을 이유로 최군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인격체가 덜 완성된 소년이고 품행 교정의 여지가 있다”며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소년은 서른 다섯살에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그날로부터 1년이 흐른 지난 3월 인천 동춘동에선 열일곱 소녀가 초등생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이번에도 수법이 매우 잔혹했다. 나는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최군의 눈빛을 떠올렸다. 내가 본 건 잠시 길을 잃은 소년이었을까, 아니면 소년의 얼굴을 한 살인자였을까.
 
※2016년 6월 주부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한 광주서부경찰서 김병훈 형사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취재의 시작

계기는 인천 동춘동에서 한 소녀가 저지른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지난달 인천지검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8살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특가법상 약취ㆍ유인 등)로 김모(17)양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김양은 오는 15일 처음으로 법정에 서서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마주하게 될 예정입니다. 김양이 받고 있는 혐의는 성인이라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중범죄입니다. 하지만 김양은 미성년자이기에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현행법상 최대 20년의 형을 받게 됩니다.

잔혹한 범죄에 한동안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시민마이크 여론조사에서도 "미성년자의 강력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최근 몇년 동안 언론을 통해 접한 잔혹한 청소년 범죄의 악몽의 잔상을 떠올렸습니다.
 
아직 ‘미완의 인간’ 청소년의 살인 범죄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다뤄야할까. 우리는 사건에 근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1편은 인천 소녀 사건이 있기 불과 몇 개월 전, 다른 듯 닮아 있는 어떤 살인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2편은 유사 사건들의 범죄 패턴과 형량을 성인 범죄와 비교했습니다. 3편에서는 이와 같은 잔혹 범죄들이 왜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고 해법을 진단합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김현예·이유정 기자, 조민아 멀티미디어 담당, 정유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peoplemic@peoplemic.com


청소년 범죄는 줄어 드는데…잔혹해지는 수법

이진숙 프로파일러 "고립된 아이들 사이버 세계서 범죄 배워"
이수정 교수 "뇌 25살까지 성장…전문 심리 상담 늘려야"
이승현 박사 "소년원 퇴소 후에도 사회적 지지력 필요"

한국은 특정강력범죄처벌법 등에 따라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18세 미만이라면 법정 최고형(사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최대 20년의 유기징역형만 가능하다. 일반 성인에게 적용하는 양형 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대법원에 문의하니 “미성년자는 교화할 수 있으며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이른바 '국친사상(國親思想·국가가 구성원을 돌보는 부모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대법원과 법무연수원 등의 통계상 전체 소년 강력범죄는 줄고 있었다. 소년 인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 범죄는 매년 엇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최근 인천 사건과 유사해 보이는 청소년 살인 사건을 조사했다. 제3자 또는 유대관계가 약한 지인을 표면상 특별한 이유 없이, 사전 계획을 거쳐 잔혹하게 살해한 케이스들이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우울증이나 인지 장애, 조현병 등이 인정됐다.

                                                                         <div>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cho.mina@joongang.co.kr</div>

“괴물 같은 아이 키우는 사회 구조 바꿔야”
지난 4월 17일, 김양의 공범(19)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이었다.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으로 3명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이하 이수정),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이승현 박사(이하 이승현),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이진숙 경사(이하 이진숙)였다. 이들은 살인 범죄에 대해 연구했거나 소년 범죄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경험이 풍부하다. 의견이 다양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세 전문가의 입장은 일치했다. 이들은 두 시간의 대담 동안 “어른들이 청소년 문제에 지나치게 무관심하며,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그 소년을 어떻게 단죄할지만을 고민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이진숙 인천지방경찰청 경사(프로파일러). 신인섭 기자

왼쪽부터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이진숙 인천지방경찰청 경사(프로파일러). 신인섭 기자

질의 :사건 초반 김양이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나 결국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성 장애의 일종)에 가깝다는 결론내렸다.
응답 :이수정=“‘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만 18세 미만에겐 적용하지 않는다. 앞서 정신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검찰과 언론이 사이코패스가 의심된다고 지칭한 바 있는데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단적으로 사이코패스들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 김양의 경우 7년 동안 중증 우울증으로 약물 복용을 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품행 장애로 진단을 한다.”
질의 :시신 훼손은 왜 하는 건가.
응답 :이수정=“김양은 성격장애인데, 사회적인 인터랙션이 끊어지고 괴이한 상상, 잔혹한 상상, 환타지 상상에 빠져 있는 경우다. 과도한 폭력성을 행사할 때 감정적 개입이 없다.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 피해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물건이나 정리해야 되는 장애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질의 :비슷한 사건에서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관계기사 참조).
응답 :이수정=“살해된 사람을 친구가 부탁했다는 이유로 함께 묻은 건데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런 아이들은 관련 교육조차 받지 않고 그 다음 날 바로 학교로 나간다. 차라리 일반 형사사건으로 기소하기 보다 소년원(소년보호처분)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나.”
질의 :최근 청소년 범죄가 잔혹해지는 이유가 뭘까.
응답 :이진숙=“아무데서도 소통하지 못 하는 아이들이 사이버 세계에서 표류하기 때문이다. SNS는 기괴한 이야기, 혐오 이야기 등 반사회성이 지지되는 공간이다. 내가 담당했던 한 사건을 예로 들면 '인간 도축' 등 잔혹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이 서로 스토리를 공유하고 캐릭터를 짠다. 한 25~30명 정도 모여 열흘 정도 짧게 운영이 된다. 여기서 더 코드가 맞는 아이들은 ‘트위터 뒷계정(부계정)’으로 접속해 더더욱 잔인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어른들은 알지 못 하는 이런 세계에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있다. 주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이다.”
(※검경에 따르면 지난 3월 일어난 동춘동 아동 살해사건의 용의자 두 소녀도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마피아' 역할극을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공범은 김양보다 지위상 높은 캐릭터를 맡았다. 두 소녀는 심리적으로 깊이 의지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이수정=“공통적으로 외톨이다. 과거에는 확대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와 관계가 안 좋아도 삼촌, 고모 등 친(親)사회적 규범을 주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부모 밖에 없고 대부분 바쁘다. 아이는 인터넷을 통해 편파적으로 정보 검색을 할 수 있다. 범죄를 자습할 능력이 된다. 밤새 잔혹 블로그를 검색해도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현실세계와 온라인 세계의 괴리감을 알기 어렵다. 학교를 적응하지 못해 고교 1학년 때 중단자가 속출한다. 이 괴물 같은 아이를 양성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를 온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이번 범죄 같은 인재(人災)는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진숙=“이번 사건에서도 제가 이야기를 하러 가면 아이가 ‘벌써 가실거예요? 조금만 더 들어주실래요.’라고 말한다. 이 아이들의 말을 조금만 더 일찍 들어줬다면 여기까지 안 오지 않았을까.”
질의 :통상의 선입견과 달리 유복한 환경의 아이들이 범죄를 저질러 더 충격이 컸다.
응답 :이승현=“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부모에게 경제력이 있지만 대화가 단절됐다거나 아이에게 관심이 없거나 내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소년 교도소에서 인터뷰를 해보면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부모님한테 자신을 노출하기를 원해서 범죄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질의 :범죄에 환경적인 요인과 기질 중 어느 것이 더 영향을 미치나.
응답 :이승현=“기질적인 요인이 아주 없지 않지만 범죄를 오로지 유전적인 요인에서 찾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교정ㆍ교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시켜 버린다.”

이진숙=“한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5세 이전에 각자의 기질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기질을 자물쇠라고 하자. 이후에 만나는 환경과 사람은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자물쇠는 반드시 맞는 열쇠를 만났을 때만 열린다. 정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 가정, 사회에서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지 못 한다면 범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질의 :처벌을 강화해 최대한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응답 :이승현=“형량이 아무리 높아도 청소년은 그런 부분을 인식하고 범죄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형량을 가중하느냐, 어떻게 처벌하느냐다. 소년 사건이 어떤 배경으로 발생하는지 현재 시스템이 그들을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 

이수정=“맞다. 소년범들은 허위 자백도 할 수 있다. 극형을 선고하는 것 자체가 회복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린다. 사람의 뇌는 25살까지는 변화가 가능하다.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훈련을 통해 피상적이더라도 어떤 행위는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회 규범은 습득 가능하다.”
질의 :소년범들은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30~40대에 출소하게 된다. 이들의 재범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답 :이진숙=“범죄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강간죄를 저지른 한 아이의 경우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원인이었음이 상담을 통해 드러났다. 평소 어머니와 아이에게 강압적이었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손을 붙잡고 성매매 업소까지 데리고 갔다. 아이는 충격을 받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막아주길 바랐지만, 어머니는 이 사건에 대해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았다. 이 아이의 분노는 어머니에게 옮겨가게 됐고 이것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강간)로 이어졌다. 형을 사는 동안 이 부분을 깨닫고 처치를 받는 것에 따라 재범을 저지를지, 말지가 결정된다.”

이수정=“이 특별한 아이들에게 전문가들이 붙어서 개별 상담을 해야 한다. 전문인력, 적어도 7년 이상 경력의 심리학자들이 아이들의 괴이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는 것이다.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는 교정본부 안에 심리 치료 부서를 두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 시범적으로 작년부터 교정본부 안에 심리치료과를 임시로 두었으나 교도관을 단기 교육해서 운영하는 등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이승현=“소년법상 소년보호 처분은 소년에 대한 특성에 맞춘 교육이 어느정도 된다. 반면 일반 형사처벌로 소년 교도소에 가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검사가 기소 단계에서 형사재판을 받을지, 소년보호 사건으로 넘길지를 결정하면 그 이후 과정에선 이동이 쉽지 않다. 소년원 퇴소 후 부모의 지지력 없이 사회로 방출되는 아이들도 문제다. 사법형 그룹홈 등 지지력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또다시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출처: 중앙일보] 조민아 cho.mi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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