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과의 만남

    등록일 : 2016-08-31 오전 10:28:48  조회수 : 3904
  192 . 티켓다방 떠도는 탈북 여성들 “자립 지원책 도움 안 돼”
  등록자 : 중앙일보        파일 :

“저도 한잔 먹어도 되죠? 사실 커피 값은 우리한테 떨어지는 게 없어요. 노래방도 가고 드라이브도 하고 모텔도 가고 해야 그게 내 돈이죠.”

미용실 일하다 다방 취업한 20대 “150만원 벌어선 북에 돈 못 부쳐”
용인 다방골목 종업원 절반 탈북자 직업교육 조리·제빵·바리스타 일색 “취업 연결되게 맞춤 정책 개발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골목 다방. 차를 시키자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커피와 주스를 들고 와 옆에 앉았다. 티켓영업(시간당 요금을 지불하고 종업원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나 2(성매매)까지 하느냐는 말에 당연하다는 듯 돈 벌려고 하는데 커피가 뭐 돈이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용하는 단어는 표준어였지만 억양에서 미세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고향을 물으니 잠시 망설이다 태어난 건 강원도고, 자란 건 평양이라고 했다.

이름을 지은(24·가명)이라고 밝힌 그녀는 8년 전 북한을 탈출했다고 한다. “중국인인 할머니가 방학 때 중국으로 놀러 오라고 해 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어요. 진짜 놀러 가는 건 줄 알았는데, 그 길로 중국과 대만을 거쳐 남한까지 왔죠. 탈출은 별로 힘든 게 없었지만 그 뒤가 문제였어요.” 지은씨는 덤덤하게 말했다.

지은씨 집안은 평양에서 잘 사는 편에 속했다. 예쁘장한 외모 덕에 어릴 때 악단에 캐스팅됐다. 그녀는 모란봉악단이 유명한데 다른 악단도 많아요. 남한에 여러 연예기획사가 있는 것과 비슷하죠. 그중 한 곳에 길거리 캐스팅돼 몇 년 동안 무용과 노래를 배웠어요. 그대로 있었으면 북에서 연예인이 되는 거였죠라며 웃었다.

남한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에도 꿈은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생계 압박이 커지며 서울의 미용실에 다녔다.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벌었다. 오래 일하진 못했다. 그녀는 북한에 돈도 보내야 했는데 그때 친구가 다방 얘기를 꺼냈어요. 1년 넘게 다방에서 먹고 자면서 돈도 꽤 벌었죠. 사장님도 탈북자라 편해요라고 말했다.

이 골목엔 10여 년 전부터 티켓다방이 생겨나 현재 20여 개의 다방이 줄지어 있다. 다방들 사이에 다세대주택이 있고 한 블록 건너 중학교와 학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다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다방골목의 업소 종업원은 절반이 탈북 여성, 절반이 중국동포 여성들이다. 다방 사장과 종업원이 모두 탈북여성인 곳도 5곳 이상이었다.

탈북 여성들이 티켓다방으로 흘러든 건 이곳만의 일이 아니다. 30여 년 전 서울 도심에서 생겨난 티켓다방은 이후 수도권과 농촌 등으로 확산됐다. 실제로 양평 시내 중심지에 늘어선 10여 곳의 티켓다방 중 탈북 여성들이 종업원인 업소가 8, 직접 운영하는 업소도 3곳 이상이었다.

탈북 여성들의 티켓다방 진출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자료:남북하나재단

7월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29500여 명이다. 이 중 여성이 70%에 가까운 2543명이다. 연령별로는 20(28.3%)30(29.3%), 학력별로는 중학교 이하가 70%를 차지한다. 학력수준이 높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없어 식당·공장 등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 이미지

자료:남북하나재단

다방에서 만난 탈북 여성들은 직업 교육도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탈북자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성매매 말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부의 탈북자 정착 지원책은 이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부와 탈북민 정착 지원을 담당하는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만 15세 이상 탈북자 24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4%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했다.

기사 이미지

자료:남북하나재단

이에 따라 탈북자별 맞춤 정책을 개발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탈북자들이 한국 입국 후 입소하는 하나원에선 여성 특화 교육으로 한식 조리 제과 제빵 바리스타 요양 사회복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실질적 취업과 안정적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용인·양평=윤정민·정진우 기자, 전수진 기자 yunjm@joongang.co.kr


     
 

 

 
 
Copyright ©1999-2017 사단법인 두리하나   대표 : 천기원
주 소 :  [ 06563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중앙로 134 | 사업자등록번호 : 220-82-05847
대표전화 :  02-532-2513 | 1577-9121,   팩 스 :  02-532-2517,  이메일 :   durihana@korea.com